안양샘병원 호스피스 병동, 8년의 기록을 담다 (안승자 책임간병사님 기고글)
조회조회220회 작성일작성일26-01-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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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솜이재단입니다.
안양샘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환자분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해 온
안승자 책임간병사님의 이야기가 안양샘병원 소식지에 소개되었습니다.
차가운 병동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녹이는 치유의 공간에서
'삶의 스승'인 환자분들을 통해 배웠다는 사랑과 존엄의 의미.
안승자 책임간병사님이 꾹꾹 눌러 담은 8년의 기록을 우리 다솜이재단 가족들과 함께 나눕니다.
따뜻한 동행, 호스피스 병동 8년의 기록 글: 안승자 (안양샘병원 책임간병사)
"똑똑" 호스피스 병동의 문을 두드리던 첫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짙은 약 냄새와 소독액 냄새,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아름답게 완성되는 순간을
함께 준비하는 고요하고 경건한 공간임을 직감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물음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그날 만난 환자분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저는 첫 번째 삶의 스승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제게 건넨 "두려웠는데 고마워요"라는 한마디는 저의 8년이라는 여정을 지탱하는 굳건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하루는 오롯이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침이면 환자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고 식사를 보조하며 따뜻한 온기를 나눕니다.
이곳에서 제가 만난 손은 고마운 손, 주름진 손, 때로는 삶의 고통으로 차가워진 손이었습니다.
그 손은 한 개인의 숭고한 인생 전체를 담고 조용히 제게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한번은 환자분께 "힘드시죠?"라고 여쭈었는데 오히려 그분께서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당신은 힘들지 않아요?"라고 되물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곳은 제가 돌봄을 주는 곳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녹이는 치유의 공간임을...
제가 건넨 작은 위로보다 환자분께서 건네주신 한마디가 저의 불안과 외로움을 감싸 안아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결심했습니다. 아픈 이의 마지막 여정을 홀로 걷게 두지 않겠다고...
손을 잡는다는 것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말없는 저의 약속입니다.
호스피스의 일과는 겉으로 보기에 단조롭습니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는 수많은 삶의 불꽃이 있습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이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가르침을 줍니다.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손 한번 건네는 일,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저 함께 있어주는 일.
그런 아주 작은 행동들이 환자분께는 마지막까지 삶을 이어갈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새벽 조용히 눈을 감으신 할머님의 손을 잡고 저는 속삭였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그 순간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랑임을 깨달았습니다.
2017년부터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와 가족들, 동료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제 인생의 가장 깊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며 저는 삶의 소중함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습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고통 속에서 배움을 얻는 길.
이곳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말보다 마음이 깊이 통합니다.
고요하고도 숭고한 침묵 속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행동이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라는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 길은 비록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걸어온 이 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의미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랑과 존엄을 지키는 요양보호사로서 헌신하며
이 따뜻한 동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갈 것입니다.
안승자 책임간병사님의 글을 통해 간병이라는 업무가 단순한 '돌봄'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위로하고 존중하는 고귀한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지난 8년간 묵묵히 환자분들의 곁을 지켜주신
안승자 간병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이 있어 환자분들의 마지막이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솜이재단은 현장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모든 간병사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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