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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관계자] 가장 큰 치료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0:45:46
  • 조회수
    2389

우리병원의 수요일은 지하 회의실에서 병동환자들의 심리, 사회적인 지지를 위한 영화를 상영한다. 마음씨 좋은 비디오 샵의 사장님께서 무료로 비디오를 대여해 주면, 병동에서 외출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영화를 통해 세상구경을 한다.

제법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서 따끈따끈한 영화를 종종 보게 된다. 이번 주의 상영영화는 ‘가족’이라는 한국영화였다. 내 주위에 항상 함께 있는 가족, 너무 가까워서 소홀히 대했던 그 평범한 얼굴들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주인공이었다.

가족은 내 거울 같은 존재이다. 초라한 모습이 반사된 것 같아 되려 윽박지르고 약을 쓰고 나면, 뒤돌아 서서 속상해하고 통곡하는 가슴을 일부러 숨기는, 그들이 가족이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어린 아들과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소매치기 말썽꾸러기 딸, 그들의 날카로운 대화 밑바닥에는 가족이라는 가슴 절절한 속내가 숨겨져 있었다.

가족은 그런 것인가 보다. 굳이 속을 드러내지 않아도 또한 알고 있어도 알고 있다고 하지 못하는 조금은 바보스러운 관계말이다. 늘 미움과 연민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던, 저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참 많이 그리웠다.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는 것이 세월의 강이 깊을수록 목이 메인니다. 철 들고도 걸핏하면, 엄마한테 약을 쓰게되면, 한숨을 쉬면서 ‘너도 네 자식 낳아 길러보면 어미 마음을 알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한쪽으로 돌아서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던 딸이었다.

여기에 아버지 한 분 서 계신다. 제법 큰 배의 선장으로 망망대해를 누비고 돌아와서도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적어도 이유없이 아들이 집을 나갈 후 소식이 끊어지기 전에는. ‘불행은 한꺼번에 정신없이 몰아친다.’고 했던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 막내딸에게 ‘다발성 경화’라는 병마가 휘몰아쳤다.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가 된 사랑하는 막내딸이 어느 날 갑자기 하반신 마비로 시작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시신경마저 말라 두눈도 전혀 볼수 없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에서부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딸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어느 날, 원목실 수녀님을 붙잡고 지금 눈이 조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래서 창문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다면 뛰어내려 죽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은 희망이 없어도 매달리기 시작하였다. 온 가족이 매달려 24시간 동안 환자를 교대로 돌보기 시작하였따. 환자는 급격한 신체 변화에 정신적인 충격마저 커서 걸핏하면 가족 뿐 만 아니라 주위의 환자와 치료진들까지 힘들게 하였따. 시도 때도 없이 먹을 것을 찾고, 보이지 않은 TV를 켜놓고, 수시로 뻣뻣해진 다리를 운동시켜달라며 요구했다. 무거운 딸을 들어 올리고 내리다가 급기야 어머니마저 아파서 입원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사회사업실을 조심스럽게 찾아오셨다. 자식의 간병을 위해 늙은 노부부가 매달리다 보니 병원비 감당도 어려운데, 유료 간병인을 쓰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환자자신도 물론 힘들겠지만 가족들에게 얼마간의 휴식을 내어주고 싶었다.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광주지역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도움의 전화를 드렸다. 늘 환자의 편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시니 팀장님ㄴ의 배려로 한 달간 무료간병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다. 전문 간병교육을 받은 간병봉사자들의 24시간 간병활동은 가족들에게 충분한 재충전의 기회를 주었다.

신경이 예민하여 가족들에게 하듯이 환자의 그치지 않은 짜증, 밤이면 10분마다 깨워서 일으켜라 눕혀라, 다리 운동하게 올려라, 간식을 챙겨주라, 대답이 작으면 바로 화를 내는 환자의 수발을 들어 주셨던 간병봉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9시면 어김없이 단정하고 밝은 모습으로 사회사업실에 내려오셨다. 환자의 상태를 알고 있기 때문에 힘드시냐고 여쭤보면, 방긋이 웃기만 하셨다.

약속된 1개월이 다 되어 갈 무렵, 병동 복도에서 환자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진심으로 감사해 하셨다. 같은 병동에서 다른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일하는 간병인과 확실히 비교가 된다고 하셨다.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닫았던 환자도 헤어지는 것을 무척 서운해 한다고 하였다.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 흔적이 보여 소개를 한 저희도 기쁘고 감사하였다.

병원에서는 다른 어떤 치료약보다도 환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것이 가장 큰 치료이다. 오늘도 환자의 마음 가장 가까운 곁에서 간병을 하시고 계시는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 간병봉사자 여러분!!! 파이팅.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광주 첨단종합병원 의료사회복지사 / 양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