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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강혜란_연탄가루(동수원병원 805호)
  • 분류
  • 작성자
    강혜란
  • 작성일
    2015-10-13 22:40:10
  • 조회수
    1855

어두움이 밀려드는 시간이면 가끔씩 생각나는 어르신이 있다.

다솜이에 입사해서 내겐 첫 번째 환자여서인지 일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치매로 입원을 하셨었는데, 남편은 물론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낯가림을 유달리 많이 하셨었다.

누구도 곁에 갈 수가 없어서 식사때나 기저귀 갈아 드릴때도 동료들이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수만은 없는일 아닌가!'

처음에는 그런 책임감으로 성심껏 다가갔지만 점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끌려서 내 자신도 놀라웠다.

 

다른사람들과는 달리 눈빛이 맑고 무언가 호소하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날때마다 곁에서 있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려하며, 엉뚱한 말씀을 하셔도 다 받아서 대꾸해드리다보니 나도 박정수 어르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보호자들도(딸과 남편)곁에 있어주질 못했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이 들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꼬집고, 때리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온화해지는것을 느꼈다.

식사때도 다른사람이 드리면 뱉어내고 하시더니 내가 드리면 잘 받아드시고 반찬도 주문할정도로 얌전해 지시는것을 보면서, 인지는 없어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시는 것을 보면서 [기운이 통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난 지금도 박정수 할머니가 보고싶어진다.

연탄가루 묻은것 처럼 까맣던 치아가 조금씩 하얀색으로 변하셨고, 양치도 하실 수 있는것도 큰 발전이라며 따님이 감탄을 했다.

우리 병실에 처음 오셨을땐 긴 손톱과 까만 치아가 신경을 쓰게 했는데 이십일정도 지나니까 온순해지시고, 안정을 찾으셔서 의료진도 보호자도 모두 놀라워 했다.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셨던것이 모두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은 귀신 같다고 얘기도 못꺼내게 하는데도 난 그 어르신이 그립다.

 

첫 만남은 몰골이 말이 아니였지만, 사랑의 손길을 닿아서 완전히 변해버린 환자를 보고, 가끔씩 찾아오는 보호자도 깜짝 놀라면서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몇번이고 하시는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

퇴원해서 요양원으로 가시면서 꼬깃꼬깃 작게 접은 만원을 손에 꼬옥 쥐어 주시던 체온을 지금도 느낀다.

 

지금도 가끔 그곳에서도 잘 지내시라고 기도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박정수 어르신으로 인해 내가 배운게 느낀게 참 많다.

겉으로가 아닌 남을 보여주기 위한것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보살핌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진심의 힘은 어떤 어려움도 모두 극복할 수 있고 안되는게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맛 보았다.

 

지금도 케어하기 힘든 어르신을 만나면 그때를 생각하면서 진정으로 나의 미래를 보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게 된다.

박정수 어르신이 나의 큰 스승처럼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된다.

이 일을 하면서 예전에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느끼게 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환자의 밝은 미소만을 생각하면서, 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