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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여경숙_항상, 긍정적으로!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5-10-16 15:45:23
  • 조회수
    2574

아래의 글은 [경기지역사업단 - 동수원병원 여경숙 간병사]께서 보내주신 체험수기입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겠냐 하겠지만, 나를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더욱 일깨워 준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파트 공사 현장의 인부들 밥을 지어주는 함바 식당에서 일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함바 식당 일이라도 계속 하기 위해 공단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건강검진을 받게되어, 유방암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식당일이라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결국엔 몸이 고된 일인데 내가 유방암이라니. 청천 벽력 같았습니다. 그렇게 병을 발견하고 다행히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고 하던일도 그만두고 앞날을 걱정하며 지내다보니 우울증과 함께 사람 대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견뎌내고 있던 와중에 친한 언니 한 분이 제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해주었습니다.

항암치료 3차과정을 진행중이었으나, 뭐라도 하지 않으면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아 교육을 받기 시작 하였습니다.

정말 오랜 만에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려니 머리는 지끈 거렸지만 마음은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고, 암치료도 모두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동수원 병원 717호실에 배정받아 근무중입니다.

 

  717호 병실을 다녀간, 그리고 현재도 계신 어르신들 환자 한 분 한분들 모두 저에게는 희망이었습니다. 저도 병을 앓고 절망에 빠져 본 적이 있던터라 어느 한 분 소홀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기억나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치매로 정신이 자주 왔다갔다 하셨지만, 늘 저만 보면 "꼬마야"라고 불러주셨습니다. 제가 어르신들을 케어할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거추장 스러워 고무줄로 질끈 묶고 있었는데, 그런 제 모습이 어르신이 보시기에는 꼬마로 보였나 봅니다. 또, 정말 곱게 늙으셔서 지금 제 눈에도 예뻐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항상 틀니가 안맞이 달그락 달그락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도 절 보면 환한 미소를 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머리수술 가슴수술도 모자라서, 파킨슨병으로 힘들어 하시던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또 기억나는 분은, 몸이 커서 침대에 가득차 움직임이 버겁던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치매로 가끔은 우리를 힘들게 하시던 어르신들중 한 분이 정신이 돌아오셔서 간병인인 저를 어르고 달래며 "내가 왜이러지, 얼른 가야 할텐데...선생님들, 미안해요..."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의 이런 말씀에 저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저렸습니다. 한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시다 침대에 떨어져 제가 있는 717호실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치료가 끝나 다시 요양원로 가시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환복을 사복으로 갈아 입혀드리는데 마음이 아련했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보호자인 자식들이 이제 집으로 데려가는 줄 알고 아침부터 좋아하고 계셨습니다. 보호자가 챙겨온 할머니 양말을 신키려는데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저는 구멍이 난 그 양말을 할머니께 신켜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할머니의 주름 자글한 작은 발에 신켜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정신이 돌아오신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한 참을 절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셨습니다.

 

  간병인은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던 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717호실에서 저보다 더 크고 아픈 병마와 싸우는 어르신들을 돌보며 저는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에게 그 분들은 어느 한 분 정말 소홀 할 수 없는 분들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