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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연말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0:49:31
  • 조회수
    2514

‘세월이 정말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 문득 생각해 보니 우리가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이란 시간이 되어 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 일은 내게 찾아온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가 앙닌가 생각된다. 남편이 사업실패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나는 일을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집안 살림만 해오던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뻔하지 않은가. 알량한 내 자존심은 그렇게 일하게 내버려두지 않았고, 갈등에 이리저리 참 많이도 고민했었다. 그런데 마침 알고 지내던 언니가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을 소개해 주었고, 봉사도 하고 돈도버는 일석이조의 일이라 흔쾌히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따. 교육이야 전문적인 의학부분을 배운다는 것에 신기함과 뿌듯함으로 즐겁게 받았지만, 사회생활과 집안일을 함께 해야한다는 것이 내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게다가 갑작스런 시어머니의 중풍으로 내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일은 해야하고 집안 일은 신경 쓰이고, 마음이 싱숭생숭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일은 내게 있어서 더 이상 생활을 위한 직업이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보람과 전문직이라는 자신감이 생겨 나를 생기있게 해주는 또 다른 활력소가 되었다.

한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 가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이일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그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것이었다. 시어머님이 아프시던 그 때 내가 맡고 있던 환자분도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할머니셨다.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내 마음 한자리에 남아있는 분이다. 시어머님을 못 돌보는 마음을 대신해 그분께 정성을 다한 것도 있지만, 한 여자로의 안쓰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66세라는 연세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얼굴, 딸 하나를 낳아서 기르는 동안 남편의 바람기를 견디지 못해 과감히 남편을 내치신 분이셨다. 그리고 딸과 함께 한 고생은 그분을 연세보다 더 늙어보이게 했다.

다행이 딸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 내ㅑ가 낮에 12시간 머물다 가면 밤에는 딸이 어머니를 돌본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님 곁을 떠나지도 않고 말이다. 그 딸을 보고 있으면 참 안쓰럽다. 어머니의 죽음은 생각지도 않고 그녀는 여러차례 중환자실을 오가는 자신의 어머니가 다시 일어나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자식이라고는 해도 병원에 부모를 방치해 둔 채 병원비만 보내거나, 혹은 그것도 하지 않는 자식들을 많이 봐와 온 터라 그녀를 보면 기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겸연히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결코 죽음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녀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는 유난히 내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 보호자이기도 했다. 우리 덕분에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말이다. 그녀 말처럼 가정에 환자가 생겼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문제이다. 그렇다. 예전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복지라고는 하나, 지금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도 인구 노령화가 시작되고 있지 않은가? 노인복지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이일이 거긱에 초석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일을 하면서 언제나 생각하는 한가지 바램이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복지 선진국가가 되어 노인들이 따듯한 방에서 하루 3끼 밥걱정없이 살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게 기회를 준 (재)실업극복국민재단과 교보생명, 전국여성노조 부산지부에도 감사 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

 

박옥수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