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DASOMI FOUNDATION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간병사] 김명옥_불모지의 화초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6-09-19 18:03:52
  • 조회수
    2148

아래의 글은 [광주지역사업단 - 조선대학교병원 김명옥 간병사]께서 보내주신 체험수기입니다.

 

  청명한 가을하늘, 단풍들이 예쁘게 수놓는 아름다운 계절 문득 눈망울이 유난히 크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우리들을 말없이 늘 쳐다보기만 했던 젊은 환자가 생각난다.

  큰 키, 잘생긴 외모에 남부럽지 않을 만큼 실력도 좋아서 중소기업을 다니던 중 여러 사연으로 외국인 여자와 결혼한 계기가 환자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성장과정과 문화가 다르다보니 소통이 어려워 갈등이 커져왔고, 밥 한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도 즐거움이 없는 절망상태.

의욕이 상실되어 결국은 죽음의 직전까지 가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처음 병실에 왔을 때는 정말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적이 일어나서 쾌유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손가락 하나 들 힘조차 없었고 앙상한 뼈에 긴 허리, 너무나 힘든 중증 환자여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다.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이었지만 긍정의 말과 다정한 손길로 대해주는 것이 우리 병실 간병사들의 할 일이고 몫이었다.

 

  이틀이면 한번씩 오셔서 재활에 도움이 되고자 온 힘을 다해서 전신을 안마해 주고 잘되길 격려해주시는 아버님, 시간이 날때마다 달려와서 잘 걸을수 있고, 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여동생, 무엇보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한 달 간의 치료를 연장해가며 매일 시행되는 일산화탄소 배출가스 치료과정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치료를 시작 할 때는 겁이 많아 큰 통속에서 눈도 감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경직된 자세로 미동도 없이 있었다고 한다.

 

  한달 이상이 지나던 어느 날 많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희망과 기적이 불모지의 화초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들의 반응에 손가락으로 표현을 하고 눈을 깜빡해주며 더 나아가 고개를 들고 짧은 질문에는 대답까지 응대해 주었다.

그때의 기쁨과 환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간병사 일을 하면서 항상 느끼지만 환자의 쾌유는 단순히 혼자 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삼위일체라는 표현에 비유해도 될까?

의료진의 발전된 치료과정, 희망을 잃지않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보호자 또는 보호자와 한 몸이 되어 용기를 불어 넣어주며 사랑의 손길과 희생의 마음으로 보살펴주는 간병사들의 몫이 그 환자를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 정상인이 되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 같다.

  지금도 많은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그들에게 나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 지 되돌아 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더욱 보람을 느끼게 되는 사례가 되었다.

  보호자없는 우리 신경과 병실은 항상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질병과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온다. 그들에겐 우리가 진정한 보호자이자 가족이 아닐까?

좀 더 그들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스한 손길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솜이재단의 한사람으로써 좀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다짐해 본다.

 

 오늘은 문득 해진씨가 누님하고 반갑게 웃어주며 걸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하루다.

청명한 가을하늘,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의 미래와 밝은 내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