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DASOMI FOUNDATION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간병사] 배금숙_나의 다짐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6-09-23 15:42:36
  • 조회수
    2493

아래의 글은 [경기지역사업단 - 안양샘병원 배금숙 호스피스 도우미]께서 보내주신 체험수기입니다.

 

20년 만에 찾아온 폭염속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16년 8월 중순 이른 새벽시간, 병동 전체를 뒤흔드는 울음 소리와 함께 오늘하루도 시작이 되었다.

 

그 울음소리는 몇 일전 위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셨던 70대 김 할머니의 운명소식에 밤늦은 시간까지 병실을 지키며 애타게 마음을 조아리고 있던 할머니의 아들과 딸의 애통해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병원에서 근무한 이후 늘상 보아오는 광경이였지만 오늘은 좀 특별한 느낌이 들었었다. 김 할머니는 6.25 전쟁이 발발했던 그 무렵 고향인 북한 평안북도에서 피난길에 부모님을 잃고 단신으로 피난 행렬에 포함되어 대한민국 자유의 품으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월남한 할머니는 자유로운 땅인 대한민국으로 내려는 왔으나 생전부지인 이곳에서 한동안 적응하지 못한채 어느 한곳에 정 붙일 곳이 없어 고통과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남다른 뜻이 있어 굳은 결심을 한후 배고픔과 모진 역경을 이겨내며 주경야독으로 보통학교에 이어 당시 사범학교(지금의 교대)를 졸업하고 선생님의 길을 걸어오시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끝으로 정년 퇴직하셨다고 한다. 정년퇴직한 할머니는 주변의 어려운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며 모범적인 삶을 살아 오셨는데, 그만 누구보다 행복하고 편안해야할 인생 후반기에 안타깝게도 몹쓸 병에 걸려 기나긴 투병생활을 하시던 중 결국은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하시게 된 것이다.

 

비록 그 할머니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내가 몇 일동안 병실에서 보고 느낀 할머니께서는 자식들을 올바르게 잘 키우셨다고 연세는 드셨지만 다른 사람을 대할 때면 항상 겸손하시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시는 교양있는 여성으로 보였으며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하시고 비단결처럼 고우셨던것 같아 더욱더 애틋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위  김 할머니 사례처럼 이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하는 분들을 자주 보곤 한다. 아침까지 정신이 멀쩡해 케어(돌봄, 보호)해 주는 간호사나 간병인들과 잘 지내다가도 순간 상태가 위중해져 의식을 잃고 심하면 돌아가시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여 참으로 마음이 아프기가 짝이 없을 때가 많다.

 

한 환자의 보호자님께서는 생사가 넘나드는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간병인의 옷깃을 붙잡으며 걱정스럽고 다급한 목소리로 "안돼요! 제발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애원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어떤 사연인줄은 몰라도) 한 다른 중년의 부인은 병상의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그 동안의 힘든 병수발에 지쳐서 인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인지는 몰라도

"인간아 젊었을 때 나한테 좀 잘하지"라며 환자를 앞에 두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거나, "나는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한 느낌마저 들때도 있어 다양한 부류의 여러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살려달라"고 말하며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채 밤을 새는가 하면 어떤 분은 순간 통증으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그만 입고 있던 바지에 용변을 싸버리는 경우들도 간혹 있다.

 

위와 같이 병원 간병인으로서 생활하다 보면 인생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인생은 참으로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리 삶은 아침 안개와 같이 한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만나는 것을 새삼 경험하게 된다.

 

사실, 나는 내 인생에 있어 간병인으로 일 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했었다. 옛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심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조그마한 말 한마디에 충격과 서운함으로 몇일 밤을 끙끙 앓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언제부터인가 나의 마음과 생각이 차츰 변화되고 생활속에서 치유되며 삶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간병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힘들고 속상한 일이 없겠는가. 물론 이해하는 바지만 일부 보호자님들의 퉁명스럽고 불편한 언행, 환자들의 신경질적이고 비 인격적인 모습 등을 볼 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우리가 모두 함 께 끌어안고 가야할 소중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99마리의 양을 놓아두고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찾기 전까지는 결코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목자의 이야기처럼, 나는 오늘도 환자들을 대할 때면 이렇게 다짐해 본다.

내 마음이 따뜻해지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뜨거워진다

내 마음이 조금 열리면 다른 이의 마음은 활짝 열린다.

내가 그들 곁으로 걸어가면 그들은 내 곁으로 달려온다. 라고...

 

나는 환자분을 대할 때면 그들의 인생 마지막 순간을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되찾아주고 좋고 편안한 곳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람이고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이들과 같이 마음을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다들 말한다. 그만큼 시대가 고령화되고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간다는 반증이다. 또한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장애, 질병 등의 이유로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노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며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우리 주변에 좀 많은가.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양질의 의료 및 요양서비스를 잘 갖춰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우리 간병인들의 애환, 현장에서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깊이 이해해 주시고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asas1212ii
    글 잘 읽었습니 이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늦게야 하는 일상의 이야기지만 가슴에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앞으로도 앞으로도 수고 많이 부탁드립니다
    2020-02-16 1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