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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손순자_수고하셨어요.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6-10-11 09:22:39
  • 조회수
    2013

아래의 글은 [경기지역사업단 - G샘병원 손순자 호스피스 도우미]께서 보내주신 체험수기입니다.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이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평화롭게 머물다 가는 곳이다.

우리에게도 한 번씩 “죽음”이라는 말이 떠오르면 생각하고 싶지 않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게 일반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그 죽음을 나는 매일 마주 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끔찍하고 비참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곳은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창가에 비추이고 환자와 그 가족의 일상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는 곳이다.

 

60대 후반의 남자 환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지난날을 얘기하기도 하고 아들, 딸들은 자녀의 운동회 얘기나 학교생활을 아빠에게 살갑게 얘기하고 있다.

이 남자 환자는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하시는 것 같다. 조금 길게 사는지 조금 일찍 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셨고 어떻게 마무리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의미 없는 삶이 있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온 마라톤 주자가 이제 결승점을 통과하려고 하는데 박수를 받으셔야 되지 않을까?

임종실에서 가족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여보, 수고하셨어요. 먼저 천국에 가 계셔요. 나도 따라 갈게요.”

“아버지 고마웠어요. 수고하셨어요.”

“엄마 왜 그리 아끼고 사셨어요. 마음대로 한 번 쓰지도 못하고.... 엉엉”

환자의 이 땅에서의 삶을 가족들이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보내 드리면 환자는 저 강을 건너서 예수님 품으로 가는 곳,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나는 새 생명이 태어나서 어떻게 양육 받고, 교육 받는 게 바람직할까를 생각하고 그 이념을 실현시키면서 행복감을 느끼던 교사였다.

순백의 도화지에 물감을 칠하듯이 영유아들은 교사의 손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은 마치 꽃을 키우는 것 같이 보람 있었다.

그런데 다솜이 재단에 소속되어서 00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환자를 돌보게 되었을 때 환자들을 보는 게 무서웠다. 검게 변한 피부, 흰자 위만 남은 눈동자, 욕창, 석션할 때 나는 소리...

 

나는 이틀 후에 밤새도록 배가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고는 사직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간병인이 오기까지는 근무해야 하기에 계속 출근했다.

그러면서 며칠 더 근무해보니까 환자들에게 정이 가는 것이었다. 할머니들의 거칠고 주름진 피부도 아기들의 우유 빛 피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들의 손을 덥석 잡아드리고 안아 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사직의사를 철회하고 지금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은 지금껏 내가 결정한 것 중에서 아주 잘 한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 둔 분에게 무엇을 해 드릴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힘내세요.”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 분들의 손과 발을 나도 모르게 잡아드리고 쓰다듬게 된다. 그리고 그 분들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예우해 드리게 된다. 신체적 돌봄 뿐 아니라 영적인 돌봄을 해 드림으로써 삶을 평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하고, 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준비해 드리게 된다.

 

이순0님이 세례를 받으셨다.

“순0님, 세례 받은 것 축하드려요. 하나님의 자녀가 되셨네요. 하나님이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 주시고 예수님은 순0님을 구원하시고 새 생명을 주셨어요.”

순0님의 눈에 눈물이 맺히셨다.

나는 예수님이 가족도 별로 없는 이 가여운 여인의 손을 잡아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하였다.

 

김정0님의 머리 모양은 정말로 기이했다. 누워 있는데 긴 파마머리가 새끼 줄 꼰 것처럼 굵고 거칠었고, 머리카락은 선풍기처럼 360도 쫘악 퍼져 있었다.

온 몸에 욕창, 벌린 입에서는 잇몸에서 나는 피 냄새, 그리고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에다가 혼자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상한 모습에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얌전하신 따님이 오셔서 너무나 애틋하게 “엄마, 엄마”하면서 가슴을 가만 가만 쓸어 주고 계셨다. 그리고 눈물 맺힌 눈으로 한시도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몇 시간 씩 앉아 있다가 가는 것이었다.

남편 되시는 분은 지방에서 일하시다가 어쩌다 한번 씩 오셔서 “아, 이 사람이 까만 옷을 입고 00시장에서 걸어가는 걸 뒤에서 보면...”하고 말끝을 흐리셨다.

뒤에서 보면 날씬하고 아가씨 같았다는 말씀이었을거다.

이 환자 분은 가족들의 가슴에 <사랑으로 외손녀를 돌보아 주신 고마운 엄마, 사랑스런 아내>인 것이다.

외모로 환자를 보지 않고, 그 환자 분의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 모든 환자들이 다 귀하고 소중하여진다.

그래서 김정0님의 손도 자주 잡아드리고,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든지 간에 말씀도 들어 드렸다. 허공만 쳐다보다가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 주시는데 그 웃음이 참 예뻐 보였다.

간병인은 환자가 고맙다고 한마디 해 주거나, 웃어주면 너무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

 

환자들이 질병을 치료해서 가정으로 복귀하시면 가장 좋겠지만, 말기 암 환자들이 더 이상 치료해도 나아질 수 없을 때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게 된다. 환자들이 끝까지 연명 치료에 매달려 고통을 받지 않도록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과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 특히 간병비 까지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은 대단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가족, 의료진, 완화의료도우미, 성직자, 자원 봉사자, 사회복지사들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운영되므로, 이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환자들은 신체적, 사회적, 또는 영적으로 돌봄을 받고 평온한 날 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씩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지만, 잘 대비해서 웰-다잉(well-dying)이 되도록 하면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가 아니라 강을 건너는데 동행해 줄 수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비 온 뒤에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햇살은 따스하고 찬란하다. 단풍이 환장하게 아름다운 이 가을도 지나가겠지..

지나가는 세월을 감사하며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리 하늘 한 번 안 쳐다보고, 햇살도 못 느끼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걸까

하나님이 거저 주시는 햇살과 허락해 주시는 삶에도 감사하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겠다. 또한 모든 환우님들의 안녕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