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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청소와 반찬 몇 가지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0:56:05
  • 조회수
    1727

∎2004년 5월6일

이것이 오늘의 숙제 인것 같았다.

환자가 안 하던 행동을 보인다. 대변을 손에 묻혀, 여기저기에 칠을 하여 온 병실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남편이 찾아오면 계속해서 울고만 있다. 참다못해 전화를 돌렸다. 남편은 노점상 일 때문에 강원도에 물건을 사러 갔다고 했다.

아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들을 몰라본다. 돈을 달라고 울어댄다. 아들은 참기 힘든 모양이다. 우리 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 내 마음조차 너무나 참담했다.

∎2004년 5월19일

오늘은 환자 남편이 왔다. 다행이 남편은 알아본다. 그렇게 소리를 내어 밤새도록 울던 환자가 울음을 그친다. 환자는 옷을 사러가자며 두 시간을 조른다. 참다못한 보호자가 “우리 둘이 죽자.”며 보호자가 운다,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라 방을 나왔다.

∎2004년 8월31일

오늘은 환자가 가족들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환자 옆에 있는 사람은 딸뿐이다. 가족은 5명이다. 전화연락을 하였으나, 아무도 오지를 않았다. 정신이 멀쩡한 환자는 허탈감에 빠졌다. 이 세상에 마지막 가는 길인데 너무 한다.

밤낮으로 환자의 달과 나는 의자에서 지새워야 했다. 환자는 안절부절 못한다, 옆에서 졸음을 참으며 밤을 지새웠으나,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눈을 E더보니 환자는 주사 줄을 떼어낸 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있고, 딸은 기절을 하고 말았다. 급히 간호사 실에 연락하여 의료진들이 왔다. 환자는 “이렇게까지 해서 세상을 마감하고 싶지 않으니. 이대로 죽게 두세요.”라고 의사한테 사정을 한다. 얼마나 고통스럽기에 이렇게 까지 할까?

∎2004년 9월 8일

새벽 5시 41분에 환자는 생을 마감했다.

밤새도록 죽음의 사자와ㅗ 몸부림치다, 결국 자신의 몸을 죽음의 사자에게 내어주었다. 세상을 등지고 가족들을 남긴 채 죽음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병원 측은 병원비 때문에 시신을 영안실로 내려보내 주지 않는다. 고인은 죽어서도 병원비로 고생해야 한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경제적인 문제앞에서는 죽음도 용납되지 않나 보다.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간호사와 내가 보증을 서고 나서야 영안실로 옮겨졌다. 빈손으로 와서 빚을 가지고 가는 세상인가 보다.

∎2004년 9월 11일

이번 환자의 집안은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는 집안이다. 나에게는 늘 이런 사람만 맡겨지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렇게 가지 흘러온 환자의 인생이 가여워진다.

환자 본인은 암 투병 중이고, 부인은 뇌종양에다 큰 아들과 큰딸은 정신분열장애, 막내아들만 정상이다. 막내아들은 혼자서 막노동으로 벌어 온 집안 병간호를 해대니 지쳐가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오후 1시경에 막내아들이 부탁을 한. “죄송한데요”하고 뜸을 들이기에 내가 먼저 선뜻 물었다. ‘무슨 할 얘기 있어요. 뭐든 얘기해 봐요, 내가 해 줄수있으면 도와 줄 테니’하자 막내아들은 미안해하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반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거절할 수도 없었다. 뻔히 아는데....

그래서 환자 집에 가서 청소와 반찬 몇 가지를 해주고 퇴근을 했다.

 

이순자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