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DASOMI FOUNDATION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다솜체험담후기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 분류
  • 작성자
    김금숙
  • 작성일
    2017-09-17 22:38:23
  • 조회수
    1311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눈이 부시도록 오색으로 물들어버린 아름다운 강산... 아름답다..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닌 것 처럼..

11월의 쓸쓸한 가을에 빨간 단풍은 거센 바람에도 손을 흔들며 요란하고, 제 몸을 불태우며 마지막 열애를 꿈꾸기라도 하는것일까.. 한때 병실에서 만난 짧은 인연과의 이별에도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어느 순간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들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해줍니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된 것은 제가 돌보아 드리고 있는 환자분 중에 문학지도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누구에게나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며 하루에 2줄씩이라도 병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글로 써보라며 용기를 주시더군요, 무릎 인공관절 수술 전문 병원인지라 수술 후 90도 이상 꺾기라는 운동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따르지요,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무릎 마사지 후 다리를 90도 이상 구부렸다 폈다 하는 꺾기운동이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오메~오메~나죽네~라는 소리를 질러대는가 하면 애기를 낳고 말지 이 고통은 못 참겠다며 운동시간이면 슬그머니 피하시고, 의사선생님 회진 시간이면 화장실 가신다며 도망을 가시는 해프닝이 벌어지곤 하지요.

운동을 하시다 소리라도 지르면 반대편에선 엉엉 울곤 합니다, 내가 무슨 죄를 많이 지어 이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한스러운 눈물을 흘리면 병실에 온통 울음소리로 훌쩍거리곤 하지요. 그렇게 울다가 운동시간이 끝나고 나면 재미있는 담소와 간식시간이 이어집니다. 정형외과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해남에서 오신 아짐의 배추이야기, 나주에서 오신 아짐은 나주배 이야기, 청산도 아짐은 멸치와 전복이야기, 장성 아짐은 사과이야기, 화순에서 오신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는 할머니와 요양원 이야기 삼매경에 모두가 박장대소입니다.

 

또한 기억 속에 잊지 못할 내과 어르신 중에 와상으로 몸을 놓아버린 어르신,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납니다, 콧줄 식사로 생명을 연명하며 의사소통은 눈을 깜빡거리거나 머리를 흔들어서 표현하시곤 하였죠. 주사수액을 맞으면 몸으로 흡수를 못하여 몸의 일부분을 통하여 다 배출시키는가 하면 몸이 풍선 같아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데도 보호자인 할아버지께서는 매일 매일을 7가지 재료를 직접 구입하여 갈아서 죽을 만들고, 토마토와 복숭아 쥬스를 만들어서 출, 퇴근을 하시곤 하였습니다. 누워 계시는 할머니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당신 사랑해~ 당신도 나 사랑하지~” 물으면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가슴이 미어져 숨소리가 위험할 정도로 거칠어집니다.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가슴을 쓰다듬어 주지만 슬픔은 커져만 가지요. 당신 눈에서 눈물이 나면 내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며 두 손을 꼭 잡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전하곤 하셨습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돌아오라고 한마디라도 좋으니 말을 해보라고 빨리 회복하여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동안 고생만 하고 살았으니 이제라도 우리도 한번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아보자고, 소원하셨건만 안타깝게도 201212월 어느날에 할아버지를 홀로 남겨두고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마지막 길을 떠나셨습니다. 평생을 함께한 할머니와의 이별은 세상과의 가장 긴 이별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날...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집니다, 저에게는 타인으로 다가오셨지만, 같이 한 시간들은 한 가족이었으니까요. 매일 아침 0730분이면 병실에 도착하여 보고 싶었냐며 말을 건네고,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은 인생에 전부였다는 할아버지셨는데 쓸쓸한 이 가을에 허전함과, 외로움과, 고독함에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18년이라는 세월이 지겨워서라도 속이 후련할 법도 하셨을텐데..한번 떠나면 보지도 만나지도, 맺지도 못할 인연의 소중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렇게 병실에서의 일상은 울다가 웃다가 분주히 지나갑니다.

수많은 아픔과 슬픔은 또 이렇게 시간 속으로 흘러갑니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인연으로 사연을 듣다가 보면 모든 분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십니다.

인생은 길고도 짧다고 하는데 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짐들은 청량고추처럼 맵고 무겁기만 할까요.

건강하다는 것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살아있다는 것 나 자신에게 고맙고, 사랑이라는 가족의 울타리가 있어 행복하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노라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꿈과 소망이 한줌의 수필이며, 한폭의 그림이 되듯이 나의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 다솜이 재단이 있기에 나는 늘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간 다솜이 재단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