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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간병일지 중에서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4:14:46
  • 조회수
    3276

[8월 00일]

환자의 보호자는 74세 되시는 할아버지로 본인도 일주일에 3번을 투석해야하는 분이다. 환자도 힘들지만 보호자이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옆에서 보기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정해 보이는 데다 어찌나 잉꼬부부같으신지...서로에 대한 애정표현도 잘 하시고, 농담도 잘 하셔서 병실 분위기까지 좋다. 부러운 노부부 원앙이다.

[8월 00일]

오늘은 휠체어를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1층과 지하 1층을 다니며 자원봉사자들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섹스폰 공연을 구경하였다. 처연하게 들리는 ‘고향의 봄’연주를 들으니 환자는 ‘옛날 고향 생각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고, 기분도 좋으신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다. 역시 고향은 누구에게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인가 보다.

[9월 00일]

환자가 과장님께서 회진하시는 모습을 보시곤 ‘과장님은 환자들을 즐겁게 해 주시는 코메디언 같은 선생님이다.’라고 하시면서 기분 좋아했다. 윙크도 해주시고, 손도 토닥토닥, 등도 두들겨 주시곤 하는 과장님의 배려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환자들에게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시는 듯 보인다. 그런 과장님 덕분에 우리 환자 기분이 오늘은 짱이다.

[9월 00일]

오늘이 파견일 한 달 되는 날이다. 그러나 환자의 골절이 심하고 뼈들이 조각이 나서 아직도 땅을 밟을 수가 없다. 벌써부터 근심하고 초조해 보인다. 팀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더니 병원의 사회복지사와 협의하여 연장하기로 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었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사무실에 인사하러 가야겠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보람찬 하루였다.

[9월 00일]

옆 침상 환자가 오늘 퇴원했다. 86세나 되신 할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걸 지켜보던 환자는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퇴원하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씁쓸한 웃음 웃는다. 이러한 환자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더 따듯한 간병으로 인해 지쳐있을 환자의 몸과 마음이 빨리 완쾌되기를 바란다.

[9월 00일]

오늘은 환자의 상태가 최고이신 것 같다. 과장님 회진 때 환자가 도리어 “고단하시겠어요?” 하면서 의사선생님 걱정하시는 모습이 참 넉넉해 보여서 좋았다.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퇴원하시면 하는 바람이다.

[9월 00일]

오늘은 환자와 헤어지는 날이다. 아침부터 병실 분위기가 우울하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아 저혈당이 왔다. 긴급히 주스와 초콜릿을 드시고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 간호사는 “할머니!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는게 인지상정이래요” 라며 기운을 내시라고 했다. 환자는 그제야 하는 수 없다는 듯 힘내시고 기운을 차렸고, 난 마지막 뒷정리와 목욕, 환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까이 위치해 두었다. 병실에 같이 있던 다른 환자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눈물로 헤어졌다. 환자와 보호자는 직접 지하 1층까지 날 배웅해 주었고, 이러한 기억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서울경기지역1팀 / 김성순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