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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신입 간병인의 마음열기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4:29:28
  • 조회수
    2926

나는 기초교육을 받고 지난 3월부터 정식으로 일을 시작한 새내기간병인이다. 주위 분들이 소개시켜 준 분식점에서 일을 해 볼까 하다가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12시간 서빙에 서비스 천국이 된 세상에서 내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조건을 다 들어 주며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간병일을 하기로 하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던 간병인 일이 의외로 내게 잘맞고 일을 하면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든다. 장사를 하며 손님들과 실갱이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까다롭고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소비자 성향에 맞춰 살기에는 나이가 맞지도 않고 장사를 한다는 것은 왠지 보람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내가 해내기에 적합한 것이 간병일이리라 여기고 정말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느끼고 있다. 조금 힘이 들어도 견딜만 하다. 내가 잘 적응해 나가도록 옆에서 도와준 많은 사람에게 감사드린다. 참으로 보람도 있고 생활도 안정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만족감으로 나날이 즐거움이었다.

교육시간도 또한 나를 깨우쳐 주는 내용이 많았다. ‘의사소통 기법과 관찰’이 교육 내용이었다. ‘의사전달에 있어서 말에 의해서는 7%만이 전달 될 뿐이며, 38%는 목소리와 같은 초언어적 자질에 의해, 55%는 몸짓에 의해 전달된다’는 내용이었다. 조금은 나태해지기 쉬운 때에 마음을 환기 시킬 수 있는 내용이었다. ‘처음의 마음으로’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내 나름대로 항상 좋은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도드리며 일을 계속 해 나가야지. 다시금 나를 추스린다. 내가 재미와 보람을 못 느끼고 그저 돈을 벌고 생활의 수단으로만 이 간병일을 한다면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하루를 보면, 이제 매일의 일상이 되어 버린 날들이지만 거저 수월한 날은 별로 없다. 기본적인 일만해도 시간이 빠듯하기 일쑤이다. 그럴 때 가장 힘든 일인 것이 환자들의 잦은 그리고 무리한 요구들이다. 처음 보기엔 아무런 득이 없는 쓸데없는 일들이다. 내 뜻대로 잘 된다면 무슨 걱정이랴. 문제는 여기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나 혼자 결정해도 대상자의 불만과 요구는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언뜻 돌보기 지겨운 대상자가 되어 버린다.

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 내 마음대로이지 않나 싶은 깨달음이 온다. 간혹 나는 할머니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아 그건 그냥 엄살이라 ‘들어 줄 필요가 없는 것’ 하고 결정해 버린 게 아닐까? 생활이 라는 것이 이러한 자질구레한 일들의 연속이 아닌가. 누가 잘못일까? 결국은 내 책임으로 떨어진 일이고 해결해야 할 사람도 나인데 인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표시 안 나고 묻혀 버리는 기본적인 일상사들과 힘든 일도 묵묵히 마다하지 않고 해 주었는데 감사는 완전히 말로 때우고 지겨운 요청이 이어진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 대상자의 요구를 안 들어 주자니 내 이미지와 인격에 오점을 남기게 되고 들어 주자니 정말 고단하게 된다. 해준 공로도 없이 서로 신뢰의 관계가 무너지고 마는 걸까? 믿음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런 자잘한 요구사항까지 다 들어 주어야 하나?

옆 병실에서 다른 간병인들의 간병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하는 말도 유연하고 환자들이 꼼짝도 못하고 있다. 그래 내 문제는 초보이다. 경험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평소에도 말재주가 없고 다른 사람과 대화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해 본적이 없는 나로선 커다란 산일 수 밖에 없다. 그저 병원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읽어 보았다. 참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상대방의 행동에 숨겨진 진실 된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면 승리는 나에게 있다’ 여기에 나에게 필요한 말이 있었다. 그들의 진심은 어디 있는가. 내가 왜 그분들의 진실을 보지 못하지? 잘못은 내가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 분들의 일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고 그 생활에 공감을 하며 이해하도록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오랜 기간 간병인 일을 해 온 선배님들에겐 그러한 대화의 창문이 분명 열려있는 것 같다. 이제 선배님들의 모습을 눈여겨보며, 환자들의 얘기에 더욱 귀 기울여야겠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나에게 귀찮기만 한 그러한 요구가 아님을 생각하며 간병일에 임해야 되겠다. 나에게 한걸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또 있는 것이 아닐까? 나를 이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대전지역팀 / 조경미 간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