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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행운의 방울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0 14:31:47
  • 조회수
    2684

노인병동에 들어와 근무한지도 벌써 한해가 다 되어간다. 바쁜 일과 속에서 때론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과 어르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마음을 다잡게 하는 잊혀지지 않는 그 분 얘기도 해주고 싶다. 처음 그 분이 입원하였을 때에는 유방암 판정을 받고 나서였다. 유난히 정도 많고, 성격도 화통해서 병실 내에서는 여장부로 통했다. 젊은 날, 고생해서 번 돈을 어려운 이웃과 사회단체에 희사할 만큼 훌륭한 성품을 가졌던 분이었다. 입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의 권유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결과가 좋다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수술 후 조금씩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평소의 성품이 워낙 단정하셨던 분이라 옆에서 보는 내 마음이 더욱 더 안타까웠다. 그렇게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지내던 며칠 후 잠깐 정신이 드신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어르신, 저 알아보시겠어요?” 했더니, 편안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자기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가 가방을 가져다 드리자 환자는 가방 속에서 아주 조그맣고 예쁘게 생긴 방울을 꺼내시더니 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당신이 젊은 시절 외국 여행을 다니며 샀던 거라면서, 그간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하였다. 그런 것을 내게 가지라며 내미셨다. 소중한 추억이 있는 물건을 선뜻 내어 주시는데 받기가 주저되었다. 그 때 내 손을 꼭 잡고 하시는 말씀이 “행운을 가져다 주는 방울인데 자네가 가져주면 정말 고맙겠어”하시는 것이었다. 왠지 눈물이 핑돌았다.

그 후 환자의 치매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난 어느 날 밤 근무를 하던 중 나는 그 분을 병실에서 보게 되었다. 한 달음에 달려가“어르신. 저 알아보시겠어요?”했더니, 어르신은 눈만 멀뚱멀뚱 뜨시고는 내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시지 못하였다. 안타까움에 눈물이 나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전과 많이 달라보였고, 잠깐씩 정신이 드실 때에도 예전에 보이던 여장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끝내는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겠다며, 절에 가시겠다고 퇴원을 했다. 난 그분의 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마지막 뒷모습에 눈물로 배웅을 했다. 지금도 내 가방 안에 있는 방울. 매일 매일 의식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방울이 진짜 행운을 가져다 주는 방울이 아닌가 싶다.

 

대구지역팀 / 김기자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