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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내가 얻은 소중한 것들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1 09:29:55
  • 조회수
    2517

지난 2003년 가을 이후 난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살아야할 이유도, 이 땅에 존재해야 할 이유조차도 일어버린 채 심한 우울증과 상실감에 빠져 숨만 쉬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아니 살아있다기보다 죽어 있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을 통해서 간병사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서 시작된 간병사의 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삶의 한계상황에 있었던 나에게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가치하게 생각되었던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감사했다.

만나는 환자들마다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들로 육신의 병보다 더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금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내 인생의 절반쯤에서 맞은 좌절과 절망 앞에서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교보다솜이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감사의 조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 때문에 원망하고 불평만 했지 내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행복의 조건들을 찾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는 결코 큰 것아 아닌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결코 즐겁고 감사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간인지라 육신을 입고 사는 사람인지라 힘들 때도 많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지칠 땐 더더욱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나는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또한 날 믿고 지켜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며, 이 땅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음을 알고 있다.

 

인천지역/고영수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