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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아버지, 엄마 이번 주말에 내려갈게요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1 09:31:35
  • 조회수
    2474

요즘은 왜 이리 눈이 자주 오는지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노인 병동이라 할머니들께서는 멀리 타지에 자식을 보낸 것처럼 오지도 않을 가족들을 기다리시는데 눈까지 오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바로 옆 침상에는 보호자들이 다녀갔다. 아들, 며느리, 잘 생긴 손자까지. 할머니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린다. 그리고 무표정하게 바라보신다. 나 또한 다른 할머니들처럼 걱정이 앞선다. 유독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할머니가 자극을 받을까봐 걱정이다. 기다리는 자식은 안 오고 다른 환자의 가족들이 나타난 것은 할머니에게 스트레스를 넘어 온 병실을 다 뒤집어 놓도록 만든다.

오후 4시가 지나가니까 기다리는 가족은 안 오고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뭐 하시냐고 묻자 “딸이 오니 음식을 해야 해,”하며 휴지를 펴 놓는다. 그러면서 “돼지고기에 김치 넣어서 끓여야 맛있어.”라며 캐비닛을 뒤진다. 그러다가 침상 밑으로 내려오신다. 넘어지시면 큰일인데 무작정 밖으로 나가신다고 하신다. 결국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할머니에 대한 집중관리가 시작된다.

이토록 지독한 짝사랑이 없다. 나는 보지도 못한 할머니의 딸이 야속하고 밉기까지 한다. 자식들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놨으니 잘 계시리라 믿고 일상생활에 전념하겠지만 이토록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겠는가? 아무리 병증세라 하지만 안타깝고 마음이 답답하다. 노인 병동에 근무하다 보면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어야겠다고 새삼 느낀다.

혹시 우리 부모님이 나의 안부를 걱정할까봐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엄마 이번 주말에 내려갈게요.”

부모님은 눈이 올까봐 걱정부터 하셨다.

 

대전지역/ 이봉정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