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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차 명상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1 09:32:56
  • 조회수
    2591

토요일 오후 눈마저 심란하게 내리고 있다. 뉴스에는 전북지역에 60년만의 폭설이 내렸다고한다. TV화면에는 주차된 차 높이만큼 눈이 쌓여 있어 다른 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오늘부터 퇴근 후 5주간의 차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눈발을 뒤로 하고 서둘러 차 명상의 공간인 도솔천으로 갔다.

찻집에서는 녹차의 향기와 조용한 음악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다양한 다기들이었다. 진열장을 보는 순간 다양한 차들이 종류별로 가득 차 있어서 연록의 녹차 밭이 떠오른다. 준비된 공간에 간병사님들과 팀장님이 차례차례 들어오셨다. 차의 향기처럼 반가움을 잠시 나눈다.

방금 산속에서 오셨을 것 같은 모습으로 차 명상 선생님께서 차 명상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상념을 버리고 머리를 비운 채 눈을 감으려고 하니 처음에는 쉽지가 않았다.

방앗간의 참새를 쫓듯 잡다한 생각을 쫓아내면 어느새 잡념은 다시 날아와 나를 괴롭힌다. 나의 존재, 현존하는 나, 느낌을 버리고 나자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주전자의 물 따르는 소리, 다기의 따뜻함, 녹차의 향기, 혀가 느끼는 녹차의 맛 등을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를 보라고 말씀하신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추억이나 상상을 떠올리지 말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듣는 음악만 들으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사회생활에서도 상황 그 자체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적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이쯤 되면 모든 일에 나만의 방식대로 잣대를 들이댈 때가 얼마나 많은가.

오늘은 첫날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고상한 교양과 취미를 겸비하게 될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차 명상 시간이 무거운 몸과 마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녹차 밭의 탁 트인 신록이 내 가슴으로 옮겨오는 것 같다. 창호지 좁은 틈 너머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다.

따뜻한 차, 그 차와 더불어 따뜻해지는 간병사님들, 함박눈만큼이나 정겹고 평화롭다.

 

대전지역/조정자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