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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며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1 10:14:01
  • 조회수
    2693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나 매섭고 춥다. 무지개 병동 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오늘 날씨만큼이나 분위기도 싸늘함을 느꼈다. 오늘 내가 만난 환자는 57세 남자 분으로 대장암 말기의 환자였다. 암이 모든 장기에 전이가 되어서 너무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환자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환자부인이었고, 그 환자의 부인은 대구에서 창원까지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환자는 부인이 옆에 있길 원하고 있었지만 부인은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침 일찍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환자부인은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 부인은 나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종종 걸음을 하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환자는 가슴이 답답하다며 병실에는 단 1분도 계시려 하지 않았고, 오로지 밖에만 계시려했고 그 어떤 말과 행동도 통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막무가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방금 출근한 부인에게 언제쯤 오느냐, 집에 가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그렇게 부인과 전화통화를 끝내고 나면 식사도 하질 않으시고, 링거 바늘도 몇 차례씩 뽑고, 소변(폴리)줄을 끼웠는데도 화장실에 계속 들어가 계시고, 환자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했다.

그러기를 20일이 지났다. 환자는 조금씩 기운이 떨어지고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집에 너무 가고 싶어 하셨고, 가족들을 많이 찾으셨다. 그래서 그 날 난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을 하루 종일 돌고 또 돌아야만했다.

그 다음날이 주말이었기에 환자가 집에 다녀왔다. 그런데 집에 다녀온 뒤로는 자리에만 누워계시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더니 아무런 말씀도 하질 않으셨다. 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가족에게 연락을 하고 요셉실(임종실)로 옮겼다. 그리고 나 나름대로 환자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가족들이 도착했다. 곧이어 환자 부인의 애절한 통곡 소리와 흐느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식들 하고 살 수 있도록 해 놓고 가겠다고 했잖아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딸(늦둥이)이 아빠 보고 싶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요.” 환자의 두 손을 꼭 붙잡은 부인은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는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났다.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똑같이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들을 모두 다 두고 혼자서 외롭게 떠나야만 하는 길. 우리네 삶이 너무너무 허무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는 동안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병사로 일하면서 돌보던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간혹 볼 때마다 나도 같이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

 

대구지역/ 김기자 간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