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 아래 내 그림자를 밟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회색빛 어둠을 몰아내고 보랏빛 새벽이 얼굴을 내민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것,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순간에 느끼는 생의 환희 등이 있다는 것은 큰 상실 후에 내가 터득한 것들이다. 어느새 2년여 다솜이 생활에 변화된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며, 진작에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더라면 지금쯤 내 인생은 훨씬 달라져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요한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90세나 30세나 이승의 끈을 놓기에는 두려움과 아쉬움과 슬픔이 똑같다는 것, 몇 십 년을 종교생활을 했다는 사람들도 죽음 앞에서는 초연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분하고 억울하고 슬프고 아파서 몸부림치다 지쳐 쓰러져 불끈 쥐었던 두 손을 힘없이 놓아 버리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다가 지친 날이면 온 몸이 축 늘어져서 병원문을 나서게 된다.
병아리 입술 같은 노오란 산수유 꽃망울 위로 3월의 눈이 춤을 추며 내린다. 행여 저 눈 때문에 꽃들이 망울도 터뜨리지 못하고 얼어버리면 어쩌나 자꾸만 병실 창밖으로 시선이 간다. 몰아쉬는 환자의 호흡과 맥박을 세어 보면서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무겁고 힘들었던 생의 짐을 벗어놓고 할머니는 훠이훠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인간은 나면 늙고 늙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는다는 어김없는 진리와 삶의 덧없음에 허무만 밀려온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과 내 몸이 건강하다는 것에 매일 매일 감사하며, 젊었을 때 몸담았던 직장보다 이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내 마지막 직장이기 때문이다. 어둡고 힘들었던 내게 새벽처럼 다가왔던 다솜이가 이제는 밝은 빛으로 우리 가정을 비추는 햇볕이 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시는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항상 웃음으로 다독여 주시는 예쁜 팀장님과, 언제나 가족처럼 화목한 우리 광주 다솜이 자매들, 파이팅! 전국의 다솜이 간병가족 파이팅!
광주지역/ 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