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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사] 가슴에 남겨둔 환자들
  • 분류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4-05-29 13:47:07
  • 조회수
    2753

저는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이란 이름을 달고 2004년부터 간병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글을 쓰면서 그동안 제가 우리 봉사단 이름에 걸맞게 일해 왔는지 하나하나 반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제가 주로 간병을 한 환자들은 소외된 독거노인이거나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해온 분들이 많아 간병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의 닫혀있는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들에게 좀 더 잘 해 드릴 걸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 있습니다.

2005년 이른 봄 백병원에서 차OO이라는 신부전증과 당뇨합병증으로 입원한 환자를 간병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 환자는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한 상태였습니다. 한쪽 다리의 무릎 아래를 절단한 환자는 남은 다리마저도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환자 본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간병하는 제 마음도 무겁기만 했습니다. 이럴 때는 상대방을 웃기는 재주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고, 내 성격이 도움이 되지 않는 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처가 아물어 실밥을 제거한 후 치료도 어느 정도 되어갈 때 환자는 재활치료가 가능한 시설이 갖추어진 부산 의료원으로 보내달라고 담당선생님께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의료원은 병실이 없어 담당선생님께서 삼성병원으로 가서 치료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그곳에서 섭섭한 일이 있었는지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떤 때는 자신의 병과 불운을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사회에 대한 불만들을 털어놓곤 하였습니다. 간병 마지막 날 환자에게 “치료 잘 받으시고 마음 크게 잡수시고 힘내세요.”하며 인사를 하니,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질 않았습니다. 그 때는 수고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신부전증과 당뇨병으로 다리절단 수술을 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이제는 그때 그 한자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도리어 지금은 어찌 지내시는지,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 궁금하고, 문득 생각나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 영도병원에서 67세 된 할머니 환자를 간병하게 되었습니다. 엉덩이 꼬리뼈 부분에 종양이 생겨 살이 썩어 들어가 어른 손바닥보다 크게 욕창이 자리 잡은 상태였습니다. 여름인데다 살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지라 냄새도 심하고 치료를 해도 환자의 고통만 심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분은 “나 같은 사람 만나 고생한다.”, “너무 고맙다.”, “내가 이제 갈 때가 다 되었지요.”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치료할 때마다 너무나 고통스러우셔서 “어머니! 아버지! 나 좀 빨리 데려가시오.”하면서 유시기까지 하셨습니다. 환자분의 얼굴을 닦아 드리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환자분은 나이에 비해 얼굴이 무척이나 고운 분이셨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예뻤을 것 같은 이 환자분에게는 수양딸이 있었습니다. 이 수양딸이 2~3일에 한번 병원에 와서 환자분이 잡수시고 싶어 하는 것과 기저귀 등 필요한 간병물품을 사다주시곤 했습니다. 환자의 말을 빌면 그 수양딸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며 위로가 된다고 하십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간병을 못하지만 제게 수고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해주고 상냥하게 대해주어 피한방울 안 섞인 자식이지만 환자와 간병사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이러한 보호자가 있다는 것에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전해 듣기로는 그 할머니는 우리 봉사단이 하게캠프를 간 8월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2005년도에는 이 두 환자가 힘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2006년도에는 열심히 일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해 보면서 이렇둣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신 실업극복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와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여성노동조합 부산지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또 부산지역팀장님과 같이 고생하는 부산지역팀 간병사 여러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산지역/ 신숙경 간병사